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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SCM 썰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안을 생각하며

MuminSilver 2018. 5. 16. 02:16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회사들이 뭉쳐있는 구조이다. 


 저번 물류SCM글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공급사슬관리를 글로비스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는 했으니, 이에 이어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글로비스와 모비스의 합병안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현대차 그룹은 오너일가가 모비스를 갖고 있고, 모비스가 현대차를, 현대차가 기아차를, 기아차가 다시 모비스를 갖고 있는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뭐 삼성오너일가가 에버랜드 주식만을 갖고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과 비슷했던 구조이다. 


 이 구조를 현대차그룹은 모비스를 인적분할하면서 지주회사로 만들고 모비스가 현대차를, 현대차가 기아차를 지배하는 일자형 구조로 바꾸겠다고 하면서 개선안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모비스의 AS부품 파트를 글로비스와 합병시키면서 경영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것이 현대차그룹의 주장이다. 


 당연히 모비스에서 떨어져나가는 파트는 글로비스에 합병이 되는 셈이니 내부적인 의견충돌도 많은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에서 주장하는것은 현대글로비스와 모비스의 AS부품파트는 경영상 시너지가 있는 부분으로 경영효율화를 위해 타당한 의사결정이라고 하고 있다. 예전에 썼던 현대차의 공급사슬 구조만 생각해봐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다. AS 부품창고와 글로비스의 재고관리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니깐... 뭐 공급사슬을 효율화하는 입장에서는 어느정도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엘리엇이나 ISS와 같은 회사들은 모두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실 엘리엇은 주주행동주의라 하지만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참 속을 알기 어렵다. 엘리엇이나 투자 자문회사들의 입장은 글로비스와 모비스가 합병하면 모비스 주주만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봐야 할듯 싶다. 


 우선 인수합병의 의사결정은 시가 비율대로 정해져야 한다. 이래야만 양쪽 주주에게 공정하게 부가 배분이 되기 때문이다. 이래서 우리나라 상법에서는 지분비율이 공정하지 않으면 합병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게 제도화 되어 있다. 이렇게 양쪽 기업의 시장가치비율대로 지분교환비율이 결정되어야 한다. 


 현대차 측의 입장은 양자간의 시장 기업기치를 따져봤을때 현대측에서 제기한 교환비율은 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면서 좀 신기한 얘기를 하는데, 이익창출능력과 현금흐름창출능력이 두회사가 비슷하다는 얘기를 덧붙여서 하고 있다. 우선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는 주가 차이가 좀 난다. 그리고 현대 모비스는 현대차그룹내에서 상당히 순위가 높은 회사에 해당한다. 뭐 오너일가가 모두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대차의 생산라인중에 가장 핵심 부품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라고도 볼 수 있다.


 핵심부품을 다루는것은 AS부품과 부품모듈사업을 의미한다. 이 사업들은 다시 국내 해외로 나뉘게 되는데, 이 부분이 글로비스와 합병시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는 부분들이다. 사실 이부분에 대해서는 공급사슬적인 관점에서 볼때는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대차측의 주장에서 모비스주주와 글로비스주주들이 공정하게 부를 배분할 수 있다라는 것은 약간 무리가 따르는 주장인것 같다.  왜냐하면 이렇게 모비스 사업을 분할해서 글로비스에 합병시키면, 모비스는 순수하게 R&D를 해야하는 회사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현금이라는것은 R&D에서 창출되기 매우 힘들다. 특허권들을 여러가지 갖고 있어서 로열티등을 받는 회사면 모를까, 현대 모비스의 현금창출은 대부분 부품을 판매해서 얻는 현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파트를 글로비스에 합병시키면 어찌보면 현대모비스가 정말 순수하게 R&D개발을 해야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여기서 기존만큼의 가치창출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것이 최대의 의문점이다. 어찌되었건 저찌되었건 지배구조 개편은 되긴 된다. 그리고 정말 인재들이 많이 들어가서 자동차 신기술을 개발해내고 이를 상용화해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면, 기존의 모비스의 가치는 유지가 되면서 현대차에서 말하는대로 부의 공정한 배분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쩝...


 결국은 생각하기 나름일것 같다. 두 기업의 교환비율도 어찌보면 타당한것일 수도 있다. 다만, 글로비스와 모비스의 시너지 산정을 제대로 했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그런식의 시너지를 제대로 산정했을까... 참고로 금융쪽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급사슬관리에 대해 무지한 면이 많다... 이런걸 생각해보면 현대차의 지배구조개편안을 의심해볼필요도 있을것 같고.... 뭐 숲을 볼때에는 맞는데 나무들의 입장에서는 불공정한거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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