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들
한진해운과 대우해양조선 그리고 현대상선 본문
2016년 산업 구조 조정의 가장 큰 이슈는 해운업과 조선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해운업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이, 조선업에서는 대우해양조선의 구조조정이 있었다.
두 업종은 모두 장치 산업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장치산업이란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대규모의 선박을 사야하고, 대규모의 공장설비를 마련해야한다. 즉 쉽게 말하자면 초기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 장치산업이다.
초기 투자는 고정비라봐도 무방하다. 회계학으로 보면 초기 지출은 유형자산으로 잡히게 되고 유형자산을 감가상각하면 손익계산서상 고정비에 꽂히기 때문이다.
즉 장치산업은 회계학적으로 볼때 고정비가 큰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영업레버리지가 커진다는 것을 말한다.
영업레버리지가 크다는것은 매출액의 변화에 따라 영업이익이 더 많이 변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가 좋을때는 매출액이 증가할것이고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지만, 경기가 나쁜 경우에는 매출액이 감소할것이고 영업이익이 폭발적으로 감소하게 될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해운업과 조선업 이 두 산업은 경기가 좋았을때는 이익을 많이 내는 산업이었지만, 경기가 나빴을때는 고정비를 변동비로 바꿔주는 형태의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해운업과 조선업은 해운경기 사이클이라는 업종만의 특성을 가진다
해운 현금흐름 사이클은 화물운송시장, 선박해체시장, 신조시장, 선박매매시장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물운송시장은 화주와 선주로 이뤄진 시장이다. 화주는 배를 구하고 선주는 배를 제공한다. 여기서 운임이 일반적으로 결정이 된다.
선박 해체시장은 해체할때 생기는 부산물인 철 스크랩이라던가 해체로 인한 이익으로 현금흐름이 결정이 된다.
신조시장은 조선소에서 배를 찍어내는 시장이다. 선주가 조선소에 신조주문을 하고, 신조선가를 지불하므로써 현금흐름이 결정이 된다.
선박 매매시장은 일종의 중고 매매시장이라고 보면된다.
세계 경기가 호황이되면 신조시장이 호황이 된다. 또한 물동량이 많기 때문에 해운 시장도 호황이 된다.
다만 배를 찍어내는데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기에, 그동안 넘처나는 초과수요를 중고매매시장이나 용선시장이 커버를 해준다. 이후 배가 실제 나온 시점에서는 초과 공급의 상황이 되버린다.
이로 인해 해운 시장은 운임 하락 형태의 경쟁이 발생하게 되고 해운시장의 불황이 발생하게 된다.
경기가 불황이 되면 신조시장은 완전히 불황이 된다. 다만 선박해체시장이 호황이 된다.
선사들은 대부분 안좋은 상황이지만, 일부 선사들은 노후 선박을 대거 해체할 기회가 되는데, 노후선박의 경우 유지비용의 문제가 발생하기에 차라리 해체해버리는게 더 낫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박 해체 시장은 호황이 된다. (사실 여기에는 해운시장의 구조가 해운동맹 형태가 되어 있는것을 고려를 해야한다. 최대 규모의 선사와 그다음의 선사는 규모차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것보다 크다. )
당연히 경기가 불황이니 물동량이 감소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해운시장 역시 불황이 된다.
이런것을 고려했을때, 대우해양조선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기변동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신주발주로 인한 해운 불황과 경기변동으로 인한 해운불황이 동시에 겹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해운산업은 네트워크 산업이라는 것을 추가적으로 고려해야한다.
네트워크 산업이란 네트워크의 전체 가치를 통해서 사업을 하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연결망(노드)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여기에 어떤 경로(링크)를 가족 있는지, 운항선박(모드)는 얼마나 있는지 여기에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에 의해 결정이된다. 또한 얼마나 오래 거래를 해왔는지등의 신용도 역시 네트워크에 포함된다. 노드를 더 많이 가질수록, 경로를 더 많이 가질수록, 시간을 줄일수록, 선박은 어떻게 운영할수록 선사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서로 다르게 결정된다.
현재 해운시장의 경우 머스크와 MSC, CMA CGM이 1위부터 3위까지를 유지한다고 볼 수 있는데, 머스크와 MSC는 해운동맹으로 2M을 구축하고 있다.
이 두기업이 갖고 있는 전체 시장의 점유율은 31.2%에 해당한다(알파라이너 기준) 현대상선의 경우 1.7%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예전 한진해운의 경우에는 평균 3~4%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4위에서 7위까지했다..)
한진해운의 네트워크망을 살펴보면 부산항을 거점으로 전 세계 64개국, 168개의 항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부산항은 해운 항로의 트렁크 라인에 해당한다. 허브항으로써 한국에서 미국을 연결하는 항로다.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네트워크를 유지한 기업이 한진해운이다. 반면 현대상선은 동남아 위주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
현재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우리나라의 수출입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 네트워크 망에 의존하여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한진해운을 구조조정할 당시, 수출입에 영향이 없었다라는 것을 일종의 여론진정을 위한 멘트였다고 생각한다.
수출을 할때 우리나라는 항공과 해운 둘중 하나를 선택한다. 항공의 경우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나른다. 반도체, 스마트폰, 컴퓨터등의 제품들이다.
항공의 경우 무역 수지중 25%를 담당하고 있다. 다만 물동량으로 보면 0.3%를 담당한다.
반면 해운은 저부가가치 제품들을 나른다고 볼 수 있다. 컨테이너에 들어갈 수 있는 대부분을 나른다.
해운의 경우 GDP중 2%를 담당하고 있지만, 물동량으로 보면 99.7%가 해운을 통해 나간다.
우리나라 산업은 현재 IT 제조업이 무역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한진해운을 파산해시켜도 딱히 무역에 영향은 없을것이라 판단 했을 수 있다. 다만 현재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던 부분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을 파산시키고 현대상선을 키운다는 전략은 정말 아쉬운 전략이라고 생각이 된다.
배를 찍어낸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해운의 불황은 앞으로 5~8년 정도 지속될 것이다. 또한 2M의 저운임 전략은 더욱더 해운사들의 이익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가 호황이 될때까지 네트워크를 보호하는 전략을 취했어야 하는데, 네트워크를 날리는 포지션을 취했으므로....
다만 한진해운은 용선료의 문제가 존재했다.
용선계약은 배를 빌리는 일종의 리스계약이다. 따라서 선주에게 용선료를 지불해야한다. 용선료를 너무 높게 잡았던 문제가 존재한다.
한진해운이 제대로 의사결정을 못 한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다음의 과정이 더 문제였다.
현대상선을 살리는 대신 한진해운이 갖고 있는 알짜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형식으로 진행을 했다.
또한 선박금융펀드를 조성해서 국내 선사들이 자국 조선을 이용할때 금리나 세제혜택을 주는 형식으로 조선과 해운 둘다 살리자는 식으로 기획을 했다.
그런데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은 네트워크망 그 자체였다. 한진해운을 파산시키는 과정에서 네트워크가 갖고 있던 신뢰나 신용도는 하락될 수 밖에 없었다. 즉 네트워크의 가치가 감소하게 된것이다.
또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던 대형 선박들은 대부분 용선계약으로 이뤄져있었다. 따라서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경우 선주에게 다시 반납해야하는 선박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인수한 것은 껍데기 밖에 없을것이라는것을 충분히 예측했었어야 한다. 또한 해운경기가 계속 얼어붙고, 보호무역의 기조가 점차 나타난다는 점 까지 고려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점에서 또한 아쉬움이든다.
과연 이런 것들을 금융은 알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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